[사설]새누리당, 박근혜 私黨化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의 당명이 새로운 세상을 뜻하는 ‘새누리당’으로 바뀐다. 당을 상징하는 색과 로고도 변경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태어난 지 14년 3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당명 개칭을 통해 한나라당은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 출범한다.

당명 변천사(史)에는 당 주류(主流) 세력의 부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민주자유당 후보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YS)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옛 민정계 세력을 퇴진시키고 신진 정치세력을 영입하는 신호탄이었다. YS와 갈등을 빚은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는 불과 1년 뒤에 그 간판을 한나라당으로 바꿨다. 이후 한나라당은 ‘이회창당’으로 통했다. 박 위원장도 2004년 천막당사 대표 시절에 당명 변경을 추진하다가 당내 반발로 뜻을 접어야 했다.

영국 보수당은 200년 가까이 고유의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의회주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고비마다 탄력 있고 유연하게 변화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명의 정치적 함의를 절실하게 느끼는 정당은 별로 없다. 정당의 ‘오너’가 바뀌면 당명이 달라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인선을 주도한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회 위원 가운데 진영아 위원이 과거 정치활동 경력이 드러나는 바람에 중도 사퇴했다. 공천위가 시동도 걸기 전에 심사위원이 낙마해 공천위의 도덕성과 권위가 상처를 입었다. 최소한의 평판 조회만 거쳤더라면 없었을 일이다. ‘박근혜당’의 비밀주의가 빚은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 박 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그가 꺼내 든 인선 카드를 꼼꼼히 따져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박 위원장은 “공천은 쇄신의 화룡점정(畵龍點睛·용에 눈을 마지막으로 그려 넣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공천하는 것은 당 쇄신의 마무리 수순이다. 공천위는 이제 막 첫 회의를 열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친박(친박근혜) 진영 주변에선 누구누구는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보수 세력을 기반으로 중도 세력까지 아우르겠다는 덧셈 정치가 아니라 우리 편이 아니면 배제한다는 뺄셈 정치가 기승을 부릴 분위기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면 통합의 대의는 공허해진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私黨)’이 아닌 진정한 보수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공당(公黨)으로 거듭나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