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조인黨 색깔 못 지우는 한나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의원 166명 중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의원은 38명으로 22.9%를 차지한다. 의원 4명당 1명꼴로 법조인이고 이 중 검사 출신이 절반인 19명이다. 민주통합당 15.7%보다 높다. 한나라당을 두고 ‘법조인당’ ‘검사당’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천후보자를 심사하는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이 됐다. 4년 전 18대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같은 검사 출신인 안강민 변호사가 맡았다. 법조인 출신이 연속으로 공심위원장을 맡는 바람에 ‘법조인당’의 색깔을 벗지 못했다.

국회에 다양한 직능(職能)의 인재들이 참여하는 것은 대의(代議)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다. 입법 과정에서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률적 사고체계)로 무장한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조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전문성을 발휘하기보다는 법조계의 집단이익 유지에 앞장서 제도의 선진화를 가로막은 것도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가장 싫어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 41.5%로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에는 법조인 같은 고급 전문직을 대변하는 분들이 실제 직업군보다 너무 많다고 국민이 체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정 직역(職域)이 과잉 대표돼 있다는 것이다.한나라당이 권위적 관료적 과거지향적 이미지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결혼 잘하고 급행 출세한 사람들에 대한 서민의 정서가 곱지만은 않다. 법조인은 이미 벌어진 과거사를 규명하고 따지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미래지향적 국가비전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정치인의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당 대표 시절 공개적으로 법조인 공천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에게 법조계 인연을 앞세운 온갖 청탁이 들어갈 수도 있다. 법조계 출신 현역 의원의 구명 로비도 줄을 이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안 위원장이 지휘한 4년 전 한나라당 공천 심사에서 법조인 출신 공천자는 56명으로 민주당(16명)의 3배가 넘었다. 이런 상황이 올해도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만들고 당명까지 바꾸는 ‘뼛속 깊은’ 쇄신에 나선 마당에 법조인당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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