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베트남 방식 핵연료 재처리, 한국도 할 수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한국이 가동 중인 21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선 매년 690t의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가 나온다. 원전 수조(水槽)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이미 1만 t을 넘어섰다. 그나마 2016년부터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저장시설이 차례차례 포화상태에 이른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시급한 과제다.

최근 미국과 요르단 베트남 사이의 원자력협정 체결 협상이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 있다. 미국은 두 나라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무기 생산에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인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2014년 한미원자력협정 만료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최대 쟁점인 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요르단과 베트남의 핵 관련 기술 수준은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은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해 원자력기술에서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았다. 한국이 미국과의 협정에 발목이 잡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못하고 쌓아놓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사용후핵연료의 95%가량은 타지 않고 남는다. 이를 재처리해 활용하면 에너지 부족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한미원자력협정은 38년 전인 1974년에 체결됐다. 이 협정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력과 기술력,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시각 변화를 반영해 대폭 수정돼야 한다. 지난해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을 시작한 한미 양국은 핵연료 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했으나 완료시한이 2021년이다. 현실은 그때까지 손놓고 기다려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미국의 핵 정책이 바뀌면 돈독한 한미동맹에 따라 다른 나라에 앞서 한국에 먼저 적용하는 게 도리다.

핵연료 재처리에서 나오는 플루토늄과 관련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한국만큼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도 드물다. 3월에는 제2회 핵안보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이고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규범을 성실히 준수하는 모범국가인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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