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피터 서덜랜드… 격동의 2011&2012]<8>확산되는 ‘反이민 정서’ 포퓰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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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회장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회장
아랍 혁명이 격렬했던 지난해 봄 이후 유럽 사람들은 ‘이민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는 악몽에 붙들렸다. 이로 인해 반(反)이민 정서가 번져가고 있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유럽과 미국으로의 이민이 정체됐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이들 국가의 이민자들이 떠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이민자 수용 및 통합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다. 급격한 고령화에 시달리는 한편 이민자를 끌어들일 만한 ‘국가적 매력’이 없는데도 유럽 각국의 이민자들은 차별과 학대를 경험해야 했다. 구금과 국외 추방 같은 일마저 생겼다. 국제사회는 어마어마한 수의 이민자 보호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반이민 정서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앨라배마 주정부부터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는 불법체류가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공표했다. 네덜란드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당수는 반이슬람 정서를 공공연히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이런 공격이 끌어내는 결과는 경제위기로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는 ‘사회적 결속력’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고용과 주거, 교육 등의 분야에서 번져가는 차별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해를 입힌다. 이민자 유입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이런 문제점 역시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민에 대한 풍문, 예를 들어 이민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라든가 이민자들이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하는 얘기들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는 설명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서구와 일본 등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이 이민자의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라는 위기의 물결을 준비 못한 상태로 맞게 된다. 이런 국가는 의사와 재택 건강보조원 등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것이다. 유럽연합은 향후 40년 동안 노동력이 700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민자 유입이 없을 경우 유럽 경제와 사회안전망은 약화될 것이다.

우선순위는 명백하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발전할지를 예측해야 하고, 유용한 기술을 갖고 있는 노동인구 창출을 위해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민자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민자 유입을 투명하게 하고, 이민자들을 적극 끌어들이며, 이민자의 사회적 통합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와 경찰, 법원 같은 사회적 근간이 되는 기관 또한 다문화사회에 대한 호응과 반영을 위해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

이민자 유입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국가들이 있다. 캐나다와 필리핀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협약이 있다. 스웨덴은 이민자의 자녀들을 자국 사회로 편입하기 위해 국가 교육을 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도 움직임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6월 주로 이민자인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사노동협약을 채택했다. 이런 국제적 협력이 도출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 각국이 이민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3분의 1 정도는 선진국에서 선진국으로, 3분의 1은 개도국에서 개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머지 3분의 1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이다. 금융인이나 엔지니어 같은 고학력 이민자들은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멕시코를 찾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중미권 국가 출신이다. 이민자 문제에 관해 우리는 모두 한배에 탔다. 그 배에서 물이 새고 있다. 2012년 각국에 주어진 과제는 배를 고치기 위해 우리가 두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Project Syndicate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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