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두 개의 전쟁’ 포기, 한국은 전작권 대비 급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미국이 1990년대 초반부터 고수하던 ‘2개의 전쟁 동시 수행’ 전략을 포기한다. 미국이 상정한 2개 지역은 한반도와 중동이다. 미국은 앞으로 하나의 전쟁에 개입해 승리할 능력만 갖추고 다른 지역의 갈등은 외교 군사적 압박을 통해 억제하는 ‘원플러스(1+)’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전략 변화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다. 한반도와 다른 곳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경우 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전략 수정은 재정 위기의 산물이다. 미 국방부는 향후 10년간 최소 48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의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 한 해 줄어드는 미 국방비는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 33조 원(약 286억 달러)의 1.7배나 된다. 미 국방부는 지상군과 유럽주둔 미군 감축, 군인 복지 축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한미동맹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새 전략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방비 삭감에 우리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올 국방비에서 직접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비 항목은 소형 정찰용 무인항공기, 지상 레이더 표적 지시기 등 389억 원의 예산 증액이 고작이다. 국회는 해상수송선 보호를 위해 긴요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의 거의 전부인 1278억 원을 삭감했다.

정부와 군은 미국의 국방비 삭감을 자주국방을 위한 경종으로 인식해야 한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전작권 전환에 대한 대비와 북한의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방개혁이 시급해졌다. 정치권이 정쟁(政爭)에 매몰돼 안보 한파에 무감각한 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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