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200개 특권 더 버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특권이 200여 개 생긴다. 각종 수당을 합쳐 국회의원 한 명당 월평균 1000만 원, 연간 1억20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국유(國有) 철도와 선박, 항공기는 공짜로 이용한다.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이 배정된다. 국회의원 1명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진 7명을 채용하고 인턴직원도 두 명 둘 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어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 특권은 과거 독재시대에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비리 의원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방패로 남용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가 무색하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요즘 상대 정파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흠집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국정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질의할 수 있도록 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프랑스에서는 국회 또는 의장을 모욕하거나 대통령 총리 국무위원을 협박했을 때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 독일에선 의원의 직무수행 발언이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의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우리도 해당 조항을 엄격히 해석해 면책특권 남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올해부터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 유지 명목으로 매달 120만 원씩 ‘종신연금’을 주도록 결정한 것도 후안무치하다. ‘종신연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지급 대상이다. 일반 국민이 이 정도 연금을 받으려면 30년 동안 매달 30만 원씩 국민연금을 부어야 한다. 여야가 정쟁(政爭)으로 허송세월하다가도 세비나 이런 지원금 인상에는 뜻이 맞으니 국민이 기성 정치권을 외면하는 ‘안철수 현상’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을 어긴 지 2003년 이후 연속 9년째다. 특권을 누리면서도 의무를 내팽개쳐 놓고 의원 누구도 “부끄럽다”며 자책하지 않는다. 의원들만 즐거운 ‘당신들의 천국’에 국민의 정치 환멸이 커지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살아남으려면 도가 지나친 특권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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