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중소기업 63%는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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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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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광원이나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서독으로 떠난 한국인 중에는 고(高)학력자도 적지 않았다. 대학 졸업장을 가진 청년이 ‘하얀 손’ 때문에 서독행 비행기에 타지 못할까 봐 일부러 거친 손을 만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나라가 가난하고 일자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던 시절, 선진국인 서독 사람들이 ‘힘든 일’이라며 기피하던 탄광과 병원 근무를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개발도상국 출신 근로자 가운데도 모국에서 내로라하는 학벌을 자랑하는 사람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현재 우리 고용시장은 구직난과 구인난이 함께 존재하는 특이한 구조다.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교사 같은 인기 직종에는 채용 예정 인원을 훨씬 웃도는 젊은이가 몰린다. 거듭 고배를 들고 몇 년간 실업상태를 감수하면서 계속 도전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중소기업은 일자리는 있지만 찾는 젊은이가 부족해 인력난에 시달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차이, 대학과 마찬가지로 직장도 ‘회사 이름’에 집착하는 사회적 인식, 중소기업은 불안정하다고 여기는 편견, 80% 안팎의 높은 대학 진학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433명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63%가 올해 채용 계획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이 올해 실제로 뽑은 인원은 채용 목표의 53%에 그쳤다. 일부 중소기업은 한국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숙련공들이 출국해 버리면 공장을 돌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면 받았지, 중소기업에선 일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도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의 약 99%, 전체 고용인원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중요하다. 취업 예비군의 다수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년실업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정책과제이지만 몇몇 선호 직종의 관점에서만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고 불만과 증오를 부추기는 의식과잉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임직원들이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 각 분야에서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고용시장의 불일치(미스매치)를 줄이는 효과적,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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