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强小農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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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다들 도시로/이사를 가니까/촌은 쓸쓸하다/그러면 촌은 운다/촌아 울지마.’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가 전북 임실의 마암분교 교사로 있던 시절에 6학년 학생 박초이 양이 쓴 시 ‘쓸쓸한 촌’이다. 12년 전 전교생이 18명에 불과했던 이 분교는 2005년 4학급짜리 초등학교로 승격됐고 작년에는 6학급으로 늘었다. 도시 전학생 등 학생 수가 늘어난 덕이다. 자전거 여행길에 이 학교에 들렀다가 10년 뒤 다시 찾아간 소설가 김훈 씨는 “시골 학교가 격상되는 걸 처음 봤다”며 반가워했다.

▷농촌이 웃으려면 돈벌이부터 좋아져야 한다.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패배의식에 잠겨 있을 것이 아니라 농산물 수출시장이 넓어졌다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1997년 문을 연 경기 화성의 국립 전문대인 한국농수산대 졸업생들이 농촌 소득 증대의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졸업생 중 영농을 하는 2089명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6516만 원이었다.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평균 연봉 6195만 원을 앞질렀다. 최신 농업기술을 접목한 결과다.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2001년 충남 금산에 세운 한국벤처농업대도 강소농(强小農) 육성의 꿈을 다져가고 있다. 졸업생 200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송이버섯 등을 직접 재배하고 농산물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공동마케팅을 추진해 ‘농업 한국’을 키워간다. 벤처농업대는 ‘정부 지원을 사양한다’는 슬로건 아래 벤처농업인끼리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민 청장은 “우리가 세계 7위의 농업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한류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문화예술을 융복합시키면 세계 3차 농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동안 귀농(歸農)이 인기더니 요즘엔 귀촌(歸村)도 많아졌다. 귀촌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농산물의 유통이나 마케팅을 하면서 사는 경우를 말한다. 천안연암대 귀농지원센터 김덕락 팀장은 “귀농이든 귀촌이든 철저한 준비 없이 즉흥적 기분만으로 나서면 90%가 실패한다”면서 “귀농 희망자는 최소한 3년 이상 준비를 해야 하고, 동네 주민과 미리 유대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 버려지다시피 했던 농업은 국민 소득이 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희망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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