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미얀마 독재정권의 변신 보고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지구촌에 몇 남지 않은 독재국가인 미얀마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올해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정치범 석방에 이어 노조를 인정하고 시위도 허용함으로써 미얀마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활동도 허용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그제 미얀마 방문은 민주화 개혁에 대한 ‘미국의 1차 승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1955년 이후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은 어제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세인 대통령을 만났다. 외침(外侵)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2006년 수도를 양곤에서 내륙의 오지로 옮겼던 고립(孤立)의 나라 미얀마의 대통령과 적대국인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 자체가 엄청난 변화를 상징한다. 클린턴은 오늘 양곤에서 수치 여사를 만난다. 미얀마 민주화 세력에는 힘이 될 것이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실시한 총선거를 계기로 개혁에 착수했다. 군 서열 4위였던 세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국내외의 초기 반응은 호의적이다. 수치 여사는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2014년 미얀마의 아세안 의장국 수행을 승인했다. 미얀마는 2006년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를 시도했다가 군사독재에 대한 비난 때문에 포기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장기독재는 외부의 제재와 고립을 부르지만 민주화 개혁은 국제사회의 인정과 교류 확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미얀마가 증명하고 있다.

클린턴은 미얀마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미국 고위관리가 밝혔다. 북한은 미얀마에 미사일과 관련 장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가 변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길도 막힌다.

북한은 클린턴이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머물던 지난달 30일 우라늄농축과 경수로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 포기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도미노에 이어 장기 군사독재국 미얀마까지 변하는 마당에 북한만 세상의 변화와 담쌓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뜻이 있다면 민주화 조치로 탈(脫)고립을 추진하는 미얀마를 보고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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