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조 받아 성공한 한국, 국제 기여로 위상 높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1950년부터 3년 동안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한국은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에 올랐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은 세계적인 신화(神話)가 됐다. 받기만 하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국가가 우리나라다. 29일부터 부산에서 제4회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린다. 개최 도시 부산은 원조 물자를 받던 선착장에서 ‘나눔과 공생’의 정신을 실어 나르는 항구가 된 상징성을 지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가정상급 인사 10여 명,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장관급 인사 100여 명, 국제기구 수장(首長) 40여 명이 부산을 찾는다.

이번 총회는 선진국이 후진국에 일방적으로 시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온 국제개발 협력의 새 판을 짜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조가 넘쳐나도 근면과 창의성, 국가 부흥의 열정, 교육 투자가 수반되지 않으면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아프리카에 투입된 원조액이 1조 달러를 넘지만 최빈국(最貧國)에서 탈출한 나라가 3개국에 불과하고, 기아와 만성 전염병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개도국과 민간재단, 비정부기구(NGO) 등이 대거 모여 개발원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원조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에 이르는 50여 개 최빈국에 한국의 성공 모델을 전수하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경제성장 둔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우리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남을 도울 여력이 있느냐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고 개발 원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력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광대한 영토, 재화의 축적량만으로 판단되는 시기는 지났다. 원조를 받아 성공한 한국이 이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로 국가 위상을 높일 때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파견, 아이티 재건 지원, 이라크 전후(戰後) 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참여의 폭을 넓혔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세계 금융질서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총회에서 채택될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에 관한 부산 선언’을 통해 앞으로 지구촌 개발 원조를 이끌 전범(典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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