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병일]동반성장위, ‘동반’만 강조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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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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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우리는 최근 표심으로 분출된 2040세대의 절망과 좌절, 분노를 목격했다. 따라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정경쟁 기반을 조성해 동반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는 달리 동반성장위가 초과이익공유제에 이어 다시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동반성장위는 최근 김치 두부 발광다이오드(LED) 레미콘 등 25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해당 품목의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사업 철수나 진입 자제, 확장 자제 등의 권고를 했다. 이 결정에 대해 레미콘과 LED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 중소기업들만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동반성장위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방식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듯하다.

일부 사업 철수와 사업 축소, 확장 자제 등의 구분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위의 결정은 권고일 뿐이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라는 압력 외엔 마땅한 제재 수단도 없다. 정부가 연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기선을 잡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름값을 내려 달라’는 주무부처 장관의 으름장으로 기업을 압박하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더 복잡한 데 있다. 무엇을 근거로 너는 이 사업을 하고 너는 하지 말라고 정할 것인가. 경제 환경의 어제와 오늘이 다른 상황에서 대체 무슨 근거로 선을 그을 것인가. 지금 중소기업 적합업종처럼 보이는 품목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판명되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친 책임은 그때 가서 누가 질 것인가.

LED 부문에서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의 일부 사업 철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LED를 녹색성장과 연계한 신수종산업으로 선정해 적극 육성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빠지라는 것은 정책 불일치를 탓하기 전에 상식에 맞지 않다. 이미 국내 직관형 LED 시장의 60%를 필립스 오스람 GE 등 외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빠진 후 이들의 시장점유율만 높아진다면 누구를 위한 적합업종 선정이 되는가.

대기업이 철수하면 중소기업이 수혜 대상이 되고, 그래서 모두 잘사는 따뜻한 상생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가정은 순진하고 단순하며 비현실적이다. 기업의 역량을 보지 않고 근거가 모호한 규모를 중심으로 구분해 정책을 짜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동반성장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다.

동반성장은 한국경제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또 사회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가 후려치기 등은 뿌리 뽑아야 할 구태로 시정돼야 마땅하다. 대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축이지만 불공정한 거래의 발판 위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가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동반성장은 말 그대로 ‘동반’과 ‘성장’ 둘 다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동반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결정을 하지는 않는지 숙고해야 한다. 동반성장의 본질은 땅의 크기를 더 늘려 각자에게 돌아오는 몫을 더 크게 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땅 크기를 늘리려는 고민은 하지 않고 이쪽 것 빼앗아 저쪽에 주는 것에만 골몰한다는 오해를 살 이유는 없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뿌리에는 청년실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중소기업 전유업종이 있더라도 인력이 모이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는가. 동반성장위에 진정으로 적합한 고민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고심하는 것보다 심각한 인력 미스매치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자금난, 연구개발 체계의 낙후성 등과 연결돼 있는 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때 동반성장위의 성가는 높아질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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