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돈 빼돌리고 최고액 등록금 받은 명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2400억 원대의 사학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유영구 학교법인 명지학원 전 이사장에게 서울중앙지법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 5년보다 무거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400억 원이면 명지대 학생 6000명이 6년간 등록금을 한 푼도 안 내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금액이다. 법원이 거액의 학교 공금을 횡령한 전직 이사장에게 이처럼 무거운 처벌을 한 것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비판을 받던 사법적 관행을 깨는 의미도 적지 않다.

유 전 이사장은 15년 동안이나 학교 재정을 개인 주머닛돈 쓰듯이 빼 썼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명지건설이 부도 위기를 맞자 명지대 용인캠퍼스 터를 명지건설에 매각한 대금 340억 원을 교비회계로 처리하지 않고 명지건설의 빚을 갚는 데 돌려썼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그는 명지학원과 명지건설 자금 800억 원을 횡령했다. 명지건설의 연대보증을 선 그는 개인 파산을 피하려고 학원 돈에 손을 대고 명지학원 소유의 빌딩도 매각했다. 이 때문에 명지학원은 등록금을 인상하고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과 복지 혜택을 줄였다.

동아일보가 93개 대학의 올해 등록금을 조사한 결과 명목등록금과 실질등록금 모두 명지대가 가장 비쌌다. 명지대는 장학금이 적어 실질등록금이 유독 높다.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투쟁은 연례행사로 벌어졌다. 유 전 이사장의 횡령으로 학부모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야 했고, 학생들은 질 낮은 교육을 받아야 했다.

감독기관인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도 무겁다. 학생들과는 달리 회계장부 접근 권한이 있는 교과부는 명지대뿐 아니라 명지학원 산하의 관동대와 명지전문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2009년까지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감사를 통해 횡령 혐의를 적발하고 유 전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유 전 이사장은 한동안 총장 자리에 명망가 출신들을 앉혀 자신의 울타리 역할을 맡기고는 비리를 일삼아 학교와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비리사학 때문에 건전한 사학도 사회의 불신을 받는다. 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유 전 이사장의 동생인 명지대 유병진 현 총장도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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