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파란만장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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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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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는 부패한 관료주의에 의해 완전히 젓갈 담가진 상황이에요. 개혁될 희망이 없지요.” 100여 년 전 이렇게 말했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의 저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오늘의 우리나라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운동권 386’이었던 최홍재 (사)시대정신 이사가 각종 문헌에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의 인터뷰를 해봤다. “뭐라고요? 코리아가 독립국으로 존재하는 것도 신기한데, 무역량 세계 10위? 어떻게 그런 기적이 가능했지요?”

▷그런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을 우습게, 심지어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최 이사처럼 대학시절 주체사상에 빠져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해온 나라’로 폄훼했던 대학 총학생회 간부 출신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독하게 공부하고는 ‘파란만장 코리아 오매불망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냈다. 역사 속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어서 상상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소설적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역사서술에도 힘썼다. 비숍의 저작물을 근거로 ‘한국인의 명민함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한민국 기적의 저력’임을 규명했다.

▷책에서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협동사무처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꼭 유신체제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물어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을 듣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강도를 더해 가는데 미국은 한국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었다고 안보상황도 거론한다. 2000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이두균은 북한 인권 운동을 막는 남한 내 종북(從北)세력에 대해 “부디 그들에게 전해주게. 인생을 죄악으로 밀어 넣지 말라고. 나 하나로 족하다고”라고 말한다.

▷진보(進步)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말하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말해 물질적으로는 배를 곯지 않고 정신적으로는 남에게 압제당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면,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발전을 이룬 나라라고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강조했다. 386은 잘못 배운 이념과 역사 때문에 운동권은 감옥에서, 비(非)운동권은 죄책감 속에서 20대를 보낸 파란만장한 세대이다. 저자들은 소중한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조국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썼다며 “오늘의 근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생명과 재산, 열정과 노력을 바친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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