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강성노조, 경제와 일자리에 방해꾼 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국내 노동운동에 영향력이 큰 현대자동차 노조가 2년여 만에 강성 노조로 복귀했다. 노조 위원장 결선 투표에서 강경 성향의 문용문 후보가 온건 노선의 이경훈 현 위원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09년 9월 선거에서 온건 성향 후보로는 15년 만에 승리한 이 위원장은 그해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연임에 실패했다. ‘이경훈 지도부’는 투쟁 일변도였던 현대차 노조의 문화를 노사 협조라는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노사관계 안정은 현대차의 빠른 성장에 기여했다.

문 당선자가 내건 공약 중에는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원상회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현대차와 기아차 공동투쟁 등 회사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 현대차 노사 관계가 악화하면 회사 경영에 부담을 주면서 실적 악화와 신규 고용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새 노조가 경제와 일자리에 방해꾼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회사 측은 노조의 합리적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되, ‘떼법’이나 불법 요구에는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확고히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핵심 노조다. 노조 지도부가 강성으로 바뀌면서 최근 몇 년간 약화 조짐을 보이던 민노총의 입김이 거세질 개연성도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같은 정치적 격변기에 노조 본연의 일과는 무관한 이념적, 정치적 이슈로 파업 선언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다시 노사 갈등과 강경 일변도로 치달으면 피해는 노사 양측 모두에 돌아간다.

제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어려운 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와 강성 노동단체들의 기득권 구조 탓이 적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고용 격차도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다. 좌편향된 일부 ‘노동귀족’은 입으로는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 옹호를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해치는 노동개혁에는 강력히 반대한다. 기존 대기업 노조의 ‘철밥통 구조’를 손대지 않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젊은이들도 누가 자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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