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자도 못 갚는 저소득층 가계 빚의 위험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저소득층 및 저신용층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 신청자가 올해 1∼9월 3만18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배나 됐다. “대출 금리를 부담하기 어렵다”며 신용회복위원회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98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이른다. 물론 두 기관이 저소득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청자격 기준을 완화한 효과도 있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더 높아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은 주로 저소득층에서 늘어났다. 연소득 20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6개월 만에 49.1% 증가했다. 가계수지가 나빠진 저소득층이 생계형 빚을 늘린 결과다. 중간층 및 고소득층의 대출액 증가율은 8.3%에 그쳤다.

저소득층은 차입금리도 높다. 6월 말 저소득층의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연 10.4%로 연소득 60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7.8%보다 훨씬 높다. 은행과 제2금융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다중(多重)채무를 안고 있는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 2년간 높아지는 추세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5.5%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직전(137.8%)보다 높다. 이미 여러 통계지표에 위험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가계부채 총잔액이 900조 원에 육박한 데다 저소득층의 상환 능력이 더 떨어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문제다. 최근 대출금리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부쩍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경제성장률 및 가계소득의 둔화, 금리상승, 주택시장 불안 등 여건이 동시에 나빠지는 국면이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한다지만 은행 대출을 막으면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 오히려 저소득층의 금리 부담만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총량 관리보다는 저소득층의 상환 능력을 감안해 부채를 조정할 기회를 주는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저소득층의 상환 능력을 높이는 근본 대책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가계도 빚을 내가며 과도한 소비를 지속할 수는 없으므로 생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