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국 요동’ 경제 안정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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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7∼9월) 한국경제의 전년 동기(同期) 대비 성장률은 2분기(4∼6월)와 같은 3.4%로 두 분기 연속 3%대에 그쳤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4.3% 달성도 어려워진다. 어제까지 3분기 순이익 실적을 발표한 104개 상장기업 중 52%인 54개사의 순익이 전 분기보다 줄었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경제는 상당 기간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재정악화가 심각한 데다 이를 해소하려고 급격히 긴축정책을 쓰면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촉진으로 극복했지만 지금은 각국의 수입수요 감소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정치 불안이나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협하는 ‘잠재적 폭탄’이다. 경제 신흥국들은 선진국보다 정치 변수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 1997년 아시아 지역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된 태국의 경제위기는 정쟁(政爭)에 따른 재무장관의 돌연한 경질로 해외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진 탓도 적지 않았다. 그해 한국의 외환위기 역시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린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과 임기 말 힘이 빠진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 실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국 요동’이 경제 안정까지 흔들면 국민적, 국가적으로 큰 후유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략적 득실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복지’를 넘어서는 포퓰리즘을 부추기거나 경제정책의 혼선을 조장하는 일은 금물이다. 내년 12월 대선까지 1년여 동안 정치권의 각성과 함께 양식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국민의 감시가 절실하다.

해외 변수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은 최근 이뤄진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나 외환보유액 확충처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외화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수출 증대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의료 관광 금융 교육 법률 분야 같은 고급 서비스업 육성을 병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들은 어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 확대와 고용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한미 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동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0·26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비준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이 부러워하는 미국과의 FTA를 야당이 계속 발목 잡는 것은 정략에 매몰돼 국익을 해치는 구태(舊態)다. 한나라당은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표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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