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인경전철 같은 재앙적 사업 책임 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1조 원을 들이고 개통도 못한 용인경전철을 향해 검찰이 칼을 뽑았다. 수원지검은 용인시의회 용인경전철특위가 수사를 의뢰한 다음 날인 21일 용인시와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을 압수수색했다. 17일에는 전직 용인시장 2명 등 30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용인경전철 차량기지에는 영어로 ‘용인에버라인’이라고 쓰인 객차 30량이 1년 3개월째 서 있다. 철로는 녹슬어 가고 있다. 예정일을 이미 1년 이상 넘긴 경전철 개통이 검찰 수사로 더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시행사와 하청업체 간 리베이트 수수, 시행사와 시청 공무원 간 금품거래, 부실공사, 불법 하도급 등 다양한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2005년 12월 시작된 용인경전철 공사는 지난해 6월 끝났다. 시가 소음대책 미비, 공사 하자 등을 이유로 준공 허가를 거부해 시행사와 마찰이 생겼고 결국 올 3월 사업협약이 해지됐다. 과장된 수요 예측과 분당선 연장구간 완공 지연 등에 따른 향후 손실분담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다. 2001년 용역보고서는 올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16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초 경기개발원은 3만2000명으로 추산해 용역보고서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샀다. 하루 이용객이 기준치 14만 명의 90%에 미달하면 용인시가 수입 차질액을 보전해주는 조건이어서 30년간 매년 550억 원씩 지급해야 할 판이다.

경전철을 운행하지 않아도 세금은 나간다. 용인시는 시행사가 국제중재원에 낸 소송에서 패해 공사비 7759억 원 중 5159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머지 2600억 원에 대한 판결은 내년에 나온다. 경상경비를 제외한 가용예산이 3000억 원 정도인 용인시와 시민에게는 대재앙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 금고가 압류당하고 시가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용인시민은 세금을 내고도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고 쌓여 있는 빚만 계속 갚아 나가야 한다.

전국에서 개통했거나 공사 중인 경전철 8개 노선에 8조 원 이상이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 중인 15개 경전철의 추정 사업비는 12조 원에 이른다. 용인 사업이 재앙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도 일부 단체장은 치적 쌓기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초대형 국책사업과 지자체 건설공사가 빗나간 수요 예측을 근거로 혈세를 축내는 일이 없도록 감사원이 문제 사업을 중간점검하고 재앙주의보를 발령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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