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말뿐인 자율고”…제2의 중동고 또 나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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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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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최예나 교육복지부
삼성이 서울 중동고에 대한 지원을 17년 만에 끊기로 결정했다. 1995년 중동학원을 인수한 삼성은 지금까지 첨단교실 마련, 기자재 확충, 장학금 지급, 학생·교사 해외연수 지원에 800억 원을 투자했다.

▶본보 21일자 A14면 삼성 ‘중동 中·高 경영’ 17년만에 손 뗀다


기자가 취재한 중동고 교사와 관계자들은 3년 뒤에도 계속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남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자율고는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3배 더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만큼 법인의 지원이 중요하다. 만약 다른 인수자가 자율고를 유지할 의지가 없다면 일반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불안감과는 별도로 학교 내에는 “삼성을 이해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 교사는 “자율고 지정 때부터 삼성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 제대로 교육하고 싶은 욕심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학생선발권도 없는 말뿐인 자율고에 실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중동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강남의 다른 자율고 교사도 “학생을 맘대로 뽑지 못하는 게 어떻게 자율고냐. 최대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데 내신 50% 이내를 추첨으로 뽑으니 오히려 못하는 학생들이 더 오는 게 아니냐는 불신도 있다”고 했다.

자율고는 자율과 경쟁을 실현하고 고교를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자율고는 교육과정 운영과 재정에서 약간의 자율권을 가질 뿐이다. 제일 중요한 학생선발권은 통제를 받는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전북 등 대도시의 자율고는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생을 추첨해서 뽑아야 했다.

자율 없는 자율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서울을 뺀 지역은 학생선발권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의 26개 자율고는 여전히 추첨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자율고의 문제는 학생들도 느끼는 듯하다. 올해 전국 51개 자율고에 등록했던 학생 1만7296명 중 701명(4.05%)이 전학을 갔다. 일반고 전학 비율(1.4%)의 3배다. 남보다 3배나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학생 구성원이나 수업의 질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 실망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정부는 자율고를 정말 자율고답게 만들려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책무성은 나중에 강조해도 된다.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자율고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건 모순 아닌가.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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