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기부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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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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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초등학교의 1인당 평균 급식비 중 관리·인건비를 뺀 순수 식자재비는 2222원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돈으로 쑥쑥 커나가는 아이들을 잘 먹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면 무상급식이 계속 확대되면 예산이 비용을 따라잡지 못해 급식의 질(質)은 그나마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국 150여 개 학교가 1등급 한우, 유기농 쌀, 국산 참기름에서 3등급 육우, 일반 쌀, 외국산 참기름으로 급식재료를 바꾸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급식이 성에 안 차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먹을거리를 달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급식의 질 저하를 ‘기부급식’으로 막겠다고 나섰다. 학부모와 일반인, 법인 및 단체가 전국 광역 교육청에 급식 기부금을 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교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지만 기부인의 신상과 기부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잘만 활용하면 훈훈한 공동체의식의 발로가 될 수도 있겠다. 평범한 개인과 고만고만한 지역 단체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병원이나 청소년 시설을 지어주곤 하는 미국 사회의 끈끈한 기부문화가 부럽지 않았던가.

▷하지만 급식 기부액의 110∼120%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대목은 영 거슬린다. 기부액의 일부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돌려준다면 결국 무상급식을 위해 세금을 쓰는 셈이다. 돌고 돌아 왔지만 민주당의 논리를 어정쩡하게 답습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 민주당과 차별화하려면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컨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96%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 석면을 걷어내기 위해 5조 원을 우선 배정할 것인가, 빈부(貧富)와 무관하게 전국의 초등학생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게 시급해 여기에서 3조 원을 뚝 떼어낼 것인가.

▷한나라당은 기왕에 말을 꺼낸 이상 순수한 뜻으로 학교급식에 기부하게끔 문호를 활짝 열어 세금을 더 축내지 않으면서 질 높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전면 무상급식을 위해 주민투표 거부운동까지 벌였던 시민단체들의 호응도 크지 않을까. 이들 시민단체 안에는 ‘모금 전문가’도 많고, 미묘한 관계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어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받았기에 나쁠 것 없다”고 하는 단체도 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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