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진숙 불법 농성도 法대로 처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7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퇴직 근로자 94명을 1년 이내에 복직시키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 관철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278일째 농성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것을 전제로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조 회장에게 권고안을 받아들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국회가 농성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한진중공업 사태를 논의하고 추궁할 수는 있지만 기업주에게 권고안 수용을 강요하다시피 밀어붙인 것은 지나쳤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회사 측의 정리해고 조치에 반발해 노조가 파업을 벌인 지 반년 만인 6월 27일 노조의 파업철회와 희망퇴직을 통한 정리해고에 합의했다. 장기 파업으로 경제적 타격과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던 많은 노조원이 노사 합의를 환영했다. 노사 합의로 조업이 재개됐지만 김 씨는 정리해고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불법 농성을 계속했다. 법원은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통해 김 씨에게 1월 17일부터 하루에 10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했다. 국회의 권고안은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한 ‘긴박한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례는 단위 사업장의 노사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강성 노조들은 장기 농성과 과격 시위를 통해 정치권이 나서도록 만들고 기업주를 압박해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김진숙 모델’을 따라가려고 할 것이다. 일각에선 김 씨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남의 사업장에 들어가 극한투쟁을 벌이는 사람이 영웅일 수는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노사문제 개입은 지양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 씨의 불법 농성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 2500여 명(경찰 추산)은 8, 9일 부산영화제가 한창인 부산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불법 시위를 벌였다. 부산지역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시위대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과격 시위를 벌여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 해산을 시도했다. 법을 무시하는 장기 농성자와 시위대의 요구가 이번처럼 받아들여지면 ‘길거리 정치’가 계속 판을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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