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논문이 빛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학술지는 학문연구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다. 정부는 대학 평가와 연구비 지원 때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 논문을 요구하고 대학들도 학술지 논문을 교수 채용과 승진의 판단 자료로 삼는다. 1998년 58개이던 국내 학술지는 올해 2059개로 늘었다. 하지만 논문 수준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연구재단이 인용(引用)지수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논문의 질을 평가했더니 인문계 논문에서는 저자 본인조차 참고하지 않는 것이 10편 중 8편이나 됐다. 자연계 논문의 90%는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논문 저자, 논문 심사위원, 교정 담당자를 포함해 몇 명만 읽고 마는 논문이 태반이다. 질을 따지지 않고 건수 위주로 논문 실적을 평가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현실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세계 12위를 차지한 것은 크게 돋보인다. GIST는 2010년 교수 1인당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발표 건수에서도 포스텍과 KAIST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GIST는 교수 업적평가 때 분야별 상위 또는 30% 이내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교수들의 연구 의욕을 자극했다. GIST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면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505개의 학술지를 대상으로 2009∼2010년 논문심사 관리 실태를 조사한 뒤 심사가 부실한 7개 학술지를 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서 탈락시켰다. 개별 대학이 주관하는 학술지 가운데 소속 대학에서 작성된 논문을 90% 이상 게재해 객관성이 떨어지는 학술지 40개는 무더기 경고를 받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들에서도 이런 학술지가 나오고 있다. 국내 학술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퇴출시키는 시스템과 함께 GIST처럼 연구자의 연구 의욕을 높일 수 있는 경쟁 및 보상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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