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지방대 차별,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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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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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기자 PD 아나운서 지망생은 포털 ‘다음’의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을 자주 찾는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회원이 10만 명을 넘는다.

이곳의 자유게시판에 ‘모 출입처 현직 취재기자 출신대학 분석’이라는 글이 5일 올라왔다. 26개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언론의 취재기자 131명을 분석했더니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64.8%라는 내용이다. 지방대 출신은 8명이라고 한다. 언론사가 채용과정에서 SKY를 우대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지방대가 차별받는 얘기는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지만, 오늘은 희망적인 사례를 소개하겠다.

지방대 출신에 합당한 대우해야

하나는 삼정KPMG의 채용방식이다. 이 회사는 회계감사를 포함해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서 빅4에 속한다. 공인회계사 합격자의 대학별 비율을 기준으로 신입직원을 채용하는데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고 면접만 본다. 지원자와 같은 대학을 나온 임원 및 인사 담당 임원이 함께 참여해 차별 소지를 없앴다.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자는 960명. 삼정KPMG는 이 중 300명을 뽑았다. 출신학교를 보니 24개 대학이다. 지방대로는 경북대 부산대 영남대 전남대가 포함됐다. 전문대인 웅지세무대 출신도 합격했다. 같은 업계에서 신입직원의 학교가 이만큼 다양한 회사는 흔치 않다.

삼정KPMG그룹의 김명전 부회장은 “기회의 형평성과 인재의 다양성을 위해 1999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규모가 큰 회사에는 지방대 출신이 입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에 가지 못했어도,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격려하는 취지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동서대의 해외 진출이다. 14일 중국 우한(武漢) 시의 중남재경정법대학과 합작대학 건물의 준공식을 갖는다. 이 학교의 예술디자인 전공학생 150명은 동서대에서의 수업(1년)을 포함해 4년을 마치면 두 대학 학위를 같이 받는다.

중남재경정법대학은 중국 교육부가 2500여 개 대학 중에서 지정한 국가중점대학 100곳에 들어간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시험에서 1등급을 받아야만 입학한다. 동서대는 합작대학을 세우려고 2006년부터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명문대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 대학에서는 선례가 없었다.

중국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과정과 시설을 보여주는 등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5년 만인 올 4월 정식 허가가 나왔다. 입학 경쟁률은 5 대 1을 넘었고, 지난달 수업을 시작했다. 장제국 총장은 “부산이 중점적으로 발전시킬 문화콘텐츠 산업을 학교의 특성화 분야로 삼은 점도 좋은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도 경쟁력 갖춰야

삼정KPMG 사례는 실력을 갖춘 지방대 출신에게 우리 사회가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점을, 동서대 사례는 그런 대우를 받기 위해 지방대가 학교와 학생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언론사 채용에서 지방대가 차별받는다는 지적은 사실과 거리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동아일보 수습기자 공채에 지방의 A 국립대 출신은 53명, 지방의 B 사립대 출신은 9명이 지원했다. 53명과 9명. 1년이 아니라 최근 6년간의 공채를 모두 합친 수다.

SKY에 속하는 어느 대학 출신은 같은 기간에 890명이 응시했다. 890 대 53 대 9. 실력이 엇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어디에서 합격자가 많이 나오리라고 생각하는가.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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