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타이레놀 부작용’ 부풀리는 의원들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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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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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교육복지부
우경임 교육복지부
“슈퍼 판매 의약품으로 거론되는 타이레놀의 부작용은 5년간 모두 1275건이다.”

해열진통제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쏟아낸 비판이다. 그들은 타이레놀 외에도 많은 엄마들이 쓰는 해열제 부루펜을 부작용이 심한 위험약물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지적처럼 타이레놀이 정말 위험한 약인지 궁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 된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분석했다. 최근 5년간 타이레놀 부작용이 1275건이라는 주장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일단 이 기간에 팔린 타이레놀은 약 20억 개였다.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0.00006%인 셈이다. 부작용 신고 내용도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약을 먹고 폐렴에 걸렸다거나 변비에 걸렸다, 탈모가 생겼다는 식이다. 심지어 약을 먹은 뒤 에이즈에 걸렸다는 황당무계한 부작용 신고도 있었다.

이런 사례를 빼면 부작용 사례는 더 줄어든다. 제약사가 경고하는 호중구나 혈소판 감소 등 혈액 이상, 호흡 곤란, 간 기능 이상과 같은 중증 부작용은 100건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가장 안전한 약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보통 타이레놀의 부작용 확률은 0.00027%로 알려져 왔다.

다른 슈퍼판매 의약품으로 거론되는 약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 해만 따져 보면 3억3307만 개가 공급된 부루펜의 부작용 사례는 116건, 4억2862만 개가 공급된 아스피린은 258건이었다.

물론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슈퍼에서 판매할 경우 부작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술을 마신 뒤 타이레놀을 먹으면 심한 간 독성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약사의 지도가 있더라도 이런 사고가 안 생기는 것 또한 아니다.

지난달 30일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공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 의원들은 원점으로 돌려보낼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을 과장하는 것도 이 수순에 따른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26∼2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83.2%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상비약을 판매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1년 동안 가정상비약을 사용하다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9명(2.9%)에 불과했다.

국민의 여론은 늘 같았다. 국회의원들도 늘 국민을 입에 올렸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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