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우신]“주5일 수업 추진하며 빈곤가정 아이들 생각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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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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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내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된다. 늘어난 토요 휴일에 유적지를 답사하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체험의 폭을 넓히기에 좋은 기회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가정도 보다 화목해질 것 같다.

행복한 상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은 주5일 수업제에 반대했다. 이들은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저소득층이거나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다.

토요 휴일을 부모와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지역아동센터다. 전국 3800여 센터의 절반 정도가 월 1∼4회 토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명순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센터 이용자의 86.3%가 기초생활수급가정 또는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주5일 수업제 시행을 앞두고 지역아동센터가 토요일에 문을 열면 매주 15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예산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치면서 예산은 월 15만 원으로 줄었다. 별도로 지원하는 월 15만 원의 운영비를 합쳐도 당초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0년 이후 설립된 478개 센터 중 절반인 238개에 대해서는 아예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지역거점센터와 야간보호·특수아동을 위한 센터로 운영하는 특수목적형 지역아동센터는 500개에서 800개로 늘릴 예정이었지만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니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서는 부모가 방치하는 빈곤 아이들이 점점 갈 곳이 없어진다는 걱정이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게 다른 부처의 청소년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00개소에서 격주로 운영 중인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를 매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처 예산이 줄어 이 사업 예산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확대를 추진 중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용할 수 있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빈곤 가정 아이들만 토요일에 학교를 가게 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낙인 효과’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강 의원은 주5일 수업에 대비한 주무 부처 3곳의 협력이 없다고 말했다. 굳이 이 지적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왜 이 정책들이 비판을 받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을 추진하며 빈곤가정 아이들의 처지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무심한 정책에 상처 입을 그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것을 권한다.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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