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규형]강요된 선택지를 거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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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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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안철수 돌풍’을 보고 국민의 새로운 선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철수 돌풍은 이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신동아와 함께 기획하여 신동아 9월호에 발표한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 조사에서 나타난 20.7%의 지지도에서 예견됐다. 이 조사를 기획한 의도는 ‘강요된 군만두’를 거부하는 고객의 심정에서 나왔다. 중식당에서 물만두를 시켰는데 군만두가 나왔다. 손님이 항의하자 종업원이 “군만두나 물만두나 다 같은 만두인데 그냥 드세요”라고 했다. 손님은 강요된 군만두를 거부하며 화를 냈다. 마찬가지로 달라진 국민들은 이전과는 다른 국회의원을 원한다.

그런데 정당은 국민의 여망과는 달리 자기네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선택하게 한다. 강요된 ‘국회의원 후보자’였다. 이번만큼은 예전과 다르게 뽑고 싶다는 국민적 열망을 담아 신동아와 같이 누리꾼에게 ‘국회의원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무려 4000여 명의 유권자가 참여했고, 그들에게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인물’을 3명까지 마음대로 적게 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제외했다.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25세 미만의 유명인, 고인이 된 정치인, 역사적 인물도 제외하였다. 4000여 명의 선택을 분석해보니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스스로를 진보 또는 보수라고 표방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의 순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데올로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은 이념 차이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흔히 극좌, 극우들은 서로가 건널 수 없는 경계를 짓고 살지만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에는 그런 경계가 없었다. 어느 정당에서 구상하고 있듯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세워 다음 총선에 나선다면 이번에 조사된 높은 선호도의 후보들을 어느 정도 많이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특징적인 것은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로 등장한 ‘국회의원감’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TV나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에 많이 노출된 인사들이 국회의원감으로 주로 언급되었겠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소통을 주도하던 인사들이 크게 부상했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특징은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세웠고 사회적으로 목탁이 되어 항상 대중들과 함께했던 인사가 많았다. 직업적으로 볼 때는 교수나 학자들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 다양한 직업의 활동가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 활동가층이 다양한 인재들로 폭넓게 형성되어 가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좌파나 진보적 인물들이 우파나 보수적 인물보다 더 많이 ‘국회의원감’으로 지목되었다. 양극화 현상에 따라 성장보다는 분배나 복지의 욕구, 덜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긍휼히 여겨 공감의 목소리를 내어 왔던 인사들이 국가 안보나 성장을 외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어떤 사람은 ‘강남 좌파’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휴머니즘적 온정주의를 느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사람은 변하고, 시대도 변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을 뽑는 국민의 선택도 변한다. 국민이 기꺼이 선택할 만한 선택지를 많이 제공하는 게 정당의 역할이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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