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형 목선 타고 거친 바다 750km 헤맨 탈북자 9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추석 연휴에 북한 주민 9명이 목숨을 걸고 해상 탈북을 감행했다. 이들은 소형 목선에 몸을 싣고 5일 동안 750km의 거친 바닷길을 헤맨 끝에 가까스로 일본 근해에 도착해 구조됐다. 9명이 타면 비좁은 작은 배를 타고 자유를 찾아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로 나선 용기가 가상하다.

해상 탈북은 육로를 통한 탈북보다 훨씬 어렵다. 북한 당국은 올해 6월 주민 9명이 서해상으로 집단 탈북한 뒤 해안과 국경지대의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어민에게도 바다 출입증을 선별적으로 내주고 특히 서해안에는 전마선(소형선박) 출입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9명의 북한 주민은 경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했다. 도망가려는 사람 하나를 열이 지키기 어려운 모양이다. 김정일 정권은 “2012년 강성대국에 진입한다”고 허풍을 떨지만 북한의 실상은 누구나 기회가 생기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생지옥임이 또다시 증명됐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굶주린 북한 주민이 탈북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지 66년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돼 버렸다. 2400만 북녘 동포들에게 닥친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

북한의 체제 유지 기반인 군인마저 절반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일본 아시아 프레스센터의 북한군 인터뷰를 근거로 13일 보도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도미노가 보여주듯이 국민을 탄압하고 자기 배만 채우는 독재정권은 반드시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 북한 주민의 추석 해상 탈북은 김정일 정권에 불길한 조짐이다.

북한 주민은 일본 당국에 “한국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 2007년 해상 탈북한 북한 주민 4명을 2주일 만에 한국으로 보낸 전례가 있어 조사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처분만 기다릴 게 아니다. 탈북자들이 장기간 외국에서 불안에 떨지 않도록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 입국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어제 국회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집단 탈북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 해 2000명이 넘게 입국하는 탈북자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둔감해졌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육로가 됐든, 해상이 됐든 탈북 행렬이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북(對北)정책의 원칙을 지키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것 못지않게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의 탈북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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