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태제]세계 1위 한국 학생의 ‘디지털 문해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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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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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평가원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와 영국의 교육기관과 연구협정을 맺기 위해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산적한 과제를 정리하기 이전이었지만 작년에 방문하기로 한 약속이기에 더 미루면 국제기관끼리 신뢰의 문제도 있어 꼭 방문해야 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모두 국가재정이 녹록지 않아 교육 관련 연구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며 기관을 축소하는 경향이다. 영국의 경우 교육과정과 평가를 담당하는 교육기관을 분리해 교육과정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두었다. 교육평가기관만 국가가 운영하고 런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코벤트리로 이전했다. 프랑스 역시 국립교육연구원을 대폭 축소해 그랑제콜 가운데 하나인 리옹고등사범학교의 부속 연구소로 전환하고 이 학교 소재지인 리옹으로 이전했다.

두 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그런 경이적인 능력을 발휘하느냐는 질문과 환대를 받았다. 두 기관 모두 소박한 점심 식사 때도 진지하게 때로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질문하고 부러워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만 15세 학생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PISA에서 새로 개발한 디지털문해능력 평가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점수를 획득한 것이다. 참여한 국가 학생들의 전체 평균점수는 499점, 2위인 호주 학생들의 점수는 537점이었으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점수는 568점이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OECD마저 처음에는 의심을 했다가 확인 후 경이적이고 놀라운 결과라는 문안을 삽입해 세계에 발표했다.

이 평가는 일반적인 독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개발한 평가다. 컴퓨터에 여러 정보가 팝업 창을 통해 제시되고 이 정보들을 수시로 탐색해 답을 맞히는 형태로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분석하고 종합하여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측정한다. 학력시험 등에서 외우거나 제시된 하나의 정보를 가지고 응답하는 평가방법이 아니다. PISA 시험 문항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문항을 보니 평가방법이 미래 지향적이고 우리 학생들이 필히 갖추어야 할 능력과 관련돼 있다.

발표 결과는 우리나라가 남녀 학생 간의 차이가 가장 적었고 사회계층 간에도 가장 차이가 적은 모범적인 사례이며 상위집단 학생들의 점수도 매우 높고 하위집단 점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게 나와 동질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 해결과 관련된 웹페이지를 전략적으로 탐색하는 능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가가 학교 정보화 사업으로 중고교에 많은 지원을 했고, 학생들 스스로도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통해서든 공부를 위해서든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이 경이적인 사실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중학교 3학년 혹은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세계가 놀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조금이라도 칭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칭찬을 해주면 고래도 춤을 춘다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자라나는 우리 15세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낸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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