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산나눔재단發 공생 바람 확산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범(汎)현대 일가가 5000억 원을 출연해 한국경제의 거목 정주영의 아호를 딴 ‘아산(峨山)나눔재단’을 만든다. 정 전 대표가 2000억 원, 현대중공업그룹이 2380억 원, 현대가(家) 그룹과 대주주들이 각각 380억 원, 240억 원을 내놓아 양극화 갈등 해소, 청년 창업정신 고취 등 사회공헌사업을 펼 계획이다. 대기업 산하 사회복지재단이 대개 기업 자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것과 달리 아산나눔재단은 정 전 대표 등 현대 대주주들의 사재가 출연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평소 돈을 아껴 쓰기로 소문난 정 전 대표가 사재 2000억 원을 쾌척하기까지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21세기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각각 3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됐다. 게이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로, 버핏은 거부(巨富)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라는 캠페인으로 공생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따뜻한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라야 시장경제를 강하고 튼튼하게 키울 수 있다는 철학이다.

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인프라를 이용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제품을 사주기 때문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에서 번 것을 사회에 되돌려준다는 의미가 있다. GE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는 “지역사회가 쇠퇴하고 붕괴하는 상황에 냉담한 기업은 번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어려운 건 대기업이 시장경제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기업인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몇몇 대기업은 오너가 탈세 횡령 등으로 물의를 빚자 여론 무마용으로 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이런 비자발적 기부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아산나눔재단처럼 기업인의 사재를 자발적으로 내놓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정 전 대표는 재단이사회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산나눔재단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빈곤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들에게 자립의 버팀목이 돼주길 바란다. 현대그룹도 이런 경로로 양성한 인력을 기업 경영에 활용한다면 상생의 생태계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산나눔재단발(發) 공생 노력이 널리 퍼져 공생의 강줄기를 만들어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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