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과 건국의 의미는 누가 새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광복절인 어제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는 온종일 좌우의 깃발이 나부끼고 함성이 울렸다.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에는 노동단체들의 이름이 쓰인 차량이 즐비했다. 민주노총 소속 등 노동자 3000여 명은 오전 11시 ‘광복 66년 한반도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 범국민대회’를 열고 ‘대북(對北) 적대정책 폐기’를 외쳤다. 민노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도 참석했다. 태평로 왕복 12차로를 점거하고 거리행진에 나선 시위대를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고 막았다. 시청과 광화문 일대 교통이 한때 마비돼 모처럼 휴일 도심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을지로 무교로 소공로 일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고엽제전우회 회원을 태운 차량이 모여들었다.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종북세력 척결 및 교육 바로세우기 8·15 국민대회’가 열렸다. ‘6·25 국가유공자회’ ‘전몰군경유족회’ ‘학도의용군회’의 깃발이 나부끼고 참가자들은 “종북세력 박살내자”고 외쳤다.

오후 4시가 되자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춰 대학생들이 청계광장 주변으로 모였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이 주도한 ‘8·15 등록금 해방 결의대회’가 열렸다. 광복과 등록금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회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청계천, 광화문 광장, 경복궁을 찾은 시민과 이쪽저쪽 시위대가 뒤섞여 광화문 일대는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영문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검도 시범을 보이는 청년들도 있었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벌이는 일행도 있었다. 그들은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시민에게 전하려고 애썼으나 인파에 묻혀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공생발전’을 강조했지만 식장 밖 풍경은 공생과 거리가 있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을 전후해 시작된 이른바 진보 보수 간의 광복절 거리집회 대결 양상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 두 세력 사이에 충돌이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자위하고 말 것인가. 66년 전 오늘 우리나라는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나고, 3년 뒤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해 진정한 독립국가를 세웠다. 이것이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바탕임을 되새기고 온 국민이 경축해야 할 날이 바로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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