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우혜]참된 전문가가 좋은 사회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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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혜 객원논설위원·소설가
송우혜 객원논설위원·소설가
처음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제목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SBS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방송한다. 여러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방영하지만 시청할 때마다 그처럼 생생하고 교훈적이면서 보고난 느낌이 다행스러운 프로그램은 만나기 어렵다.

아이는 계속 거세게 몸부림을 치면서 악을 쓴다. 그러나 격분한 표정과 움직이는 입만 보일 뿐 아이의 음성은 대부분 묵음(默音) 처리돼 들리지 않는다. 방송될 수 없는 욕을 퍼붓고 있다는 증거다. 욕만 하면 다행이다. 어린 동생이나 친구를 잔혹하게 때리고 꼬집고 짓이긴다. 말리는 어른의 얼굴에도 침을 뱉고 때리고, 물건을 마구 던지고 찢고 부순다. 세상에!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악할까! 화면을 지켜보는 사람의 가슴이 서늘하도록 사악한 폭력이 계속된다. 대개 오래 계속된 행패로 부모와 교사도 이미 손을 든 아이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아이들이 크게 변하여 양순하고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된다. 얼굴 모습까지 부드럽게 변한다. 전문가가 투입되어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부모에게 일러주고 같이 실행한 결과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사랑과 훈육

아이를 변하게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로 하여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확실하게 금지하는 것이다.

전에 여러 장소에서 말썽을 부리는 문제아들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때로 행패가 너무나 지나친 아이가 있어서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그런 문제아 중에는 “저렇게 자라면 반드시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거야!”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는 아이도 있었다. 부모도, 교사도, 이웃 어른도 도무지 말릴 수가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텔레비전 방송에서 바로 그런 아이들을 전문가들이 찾아가서 올바르게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을 보면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따로 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더니, 문제아동 역시 따로 씨가 있는 게 아니었다. 어린이들의 이면에 놓인 문제점들을 알고 보면 모두 너무나 애처로웠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사랑할 줄 모르는 부모, 너무 엄격하게만 굴거나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부모, 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질병…. 아이들을 삐뚠 방향으로 몰아간 원인은 다양했지만, 그 원인을 해결해주면 아이들은 변했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픔 때문에 사악한 작은 악마같이 굴던 아이는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되자 양같이 순해졌다.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손대지 못하도록 표독스럽게 굴던 아이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자 밝고 환하고 부드러운 아이가 됐다.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화면에서 지켜볼 때마다 ‘정말 다행스럽다’라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무가 어릴 때 구부러지면 끝내 삐뚤게 자라듯이, 사람도 어렸을 때 품성이 이지러지면 결국 삐뚤어진 성품의 사악한 어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에 나온 문제 어린이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저마다 반듯한 어린이로 변화하는 것이 정말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그건 한 어린이를 바르게 고쳐준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부와 그 사람이 속한 사회까지 바르게 고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새삼 ‘전문가’의 필요성과 가치와 귀중함을 깨닫는다. 우리 사회에는 각계 각 방면에 전문가가 많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처럼 전문가가 어떤 존재들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귀중한 존재들인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면 절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 인간 고쳐주면 사회도 달라져

우리 사회에도 각계각층에 문제적인 인물이 매우 많다. 사회에 크고 작은 해를 끼치고 공동체 생활을 파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반듯하고 공정한 시민이 되도록 변화시키는 전문가, 그리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보다 나은 곳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전문가는 어디 있는가. 또 얼마나 있는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정계에서 수많은 자칭 ‘전문가’들이 앞다퉈 국정을 책임지고 국민의 복리를 책임지겠다고 나설 것이다. 그럴 뜻이 있는 분들은 부디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제 몫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많은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참된 복지사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송우혜 객원논설위원·소설가 swh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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