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녕]한나라당과 호남 함께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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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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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이진녕 논설위원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이건식 전북 김제시장은 1981년부터 한나라당 쪽 사람으로 살아왔다. 1992년과 96년 두 차례 김제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그 후에도 한나라당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2006년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 김제시장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김제시장에 재선됐다. 한나라당 간판이 호남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호남과 한나라당 사이가 늘 냉랭했던 건 아니다. 한때는 따스한 봄날 같은 시절도 있었다. 1985년 12대 총선 때다. 당시는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였다. 신군부 세력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은 광주를 포함한 전남의 11개, 전북의 7개 선거구 모두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전남북 18개 선거구 가운데 12곳에서 민정당 후보가 1위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로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가 본격 개막하고 정치적 지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정은 급변한다.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통틀어 한나라당 쪽 간판을 달고 당선된 경우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전북 군산에서 출마한 강현욱 씨가 유일하다. 강 씨마저 3년 뒤 “정쟁과 지역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어렵다”면서 탈당한다. 그리고 2000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으로 말을 바꿔 타고 같은 지역에서 당선됐다. 호남은 과연 한나라당의 ‘불모지대’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어떨까. 한나라당 전남도당위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호남 민심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호남 지역의 한 언론인도 “호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에 애정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만 과거처럼 한나라당을 증오하거나 미워하는 분위기는 많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작년 6·2지방선거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호남에서는 이전보다 3∼4배 올랐다.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모두 두 자리 숫자인 13∼18%를 득표했다. 표수를 합치면 35만 표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같은 지역에서 얻은 23만 표보다 12만 표가 많다.

내년 호남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비례대표)은 “호남 민심도 변해야 하고, 분명 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미 호남정권 창출의 숙원을 푼 데다 영남 충청 강원 지역에서 민심 쏠림 현상이 약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일당 독주에 대한 피로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에 식상한 민심이 한나라당 쪽으로 향하게 하려면 한나라당이 먼저 호남을 적극 끌어안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홍준표 대표가 호남 출신을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호남과 한나라당의 불변’을 고착화시키는 하책이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노골적으로 호남을 무시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전국 16개 시도당 가운데 호남지역 3곳만 아직 당위원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이를 인물난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이 오랜 세월 호남에 공을 들이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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