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건]“평창 특별법에 패럴림픽 지원 방안 빠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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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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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레저부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2012년 런던 올림픽 홈페이지(www.london2012.com) 초기 화면에는 3일 현재 올림픽 개막까지 359일, 장애인올림픽(이하 패럴림픽) 개막까지 392일이 남았다는 안내문이 떠 있다. 영국은 대회 유치 후 곧바로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두 대회를 함께 준비해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한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41명은 그 다음 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회 준비 및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직위원회 설립 근거와 남북 단일팀 구성 시 필요한 지원과 강릉, 평창, 정선을 올림픽 특구로 지정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법안 어디에도 패럴림픽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패럴림픽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비장애인 올림픽과 같은 해에 같은 곳에서 열렸다. 이후 국제적인 관례로 이어져 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기간에 IOC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협약을 맺어 의무사항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이기도 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은 최근 평창 특별법 수정안을 발의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 후 약 한 달 뒤 열릴 패럴림픽 조직위를 비장애인 조직위와 함께 설치하는 게 골자다. 애초부터 포함돼 있어야 할 내용이었지만 법안을 처음 발의한 국회의원 누구도 이를 생각하지 않았다. 윤 회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해 정말 기쁘지만 장애인체육을 책임지는 입장에선 부잣집 형님 잔치를 가난한 동생이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평창 특별법에 패럴림픽 지원 방안이 빠진 건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더반에 다녀온 한 기자는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들 외에는 아무도 패럴림픽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윤 회장이 더반에 왜 왔느냐고 묻는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올림픽과 비교해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종목도 장애 유형과 등급에 따라 세분되는 것도 흥미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IOC는 올림픽 유치 도시가 패럴림픽을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했다.

장애인체육은 단순한 스포츠 영역이 아니다. 사회의 편견과 냉대 속에 숨어 지내는 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패럴림픽의 동반 개최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장애인체육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 상식이 안 통하는 것 같다.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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