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선기]3차원 기상관측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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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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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기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국지재해기상예측기술센터 소장
박선기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국지재해기상예측기술센터 소장
올여름 물난리를 겪게 한 주범은 집중호우다. 한 지역에 장대비가 퍼붓는가 하면 바로 이웃 동네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국지적으로 발달하는 호우 현상은 적절한 관측시스템이 있어야 파악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자동기상관측망이 평균 13km 간격으로 깔려 있고 레이더가 전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기상위성까지 있어 이런 국지성 호우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기상관측은 날씨 예측의 시작이며 근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관측된 지상 및 고층 기상자료를 바탕으로 일기도를 생산하고, 일기도에 나타나는 저기압 고기압 등의 시공간적 변화 경향을 분석해 가까운 미래의 기상상태를 예측하게 된다. 최근에는 대기의 상태와 운동, 그리고 구름 강수 등의 복잡한 물리 과정을 표현하는 방정식계로 수치모형을 구축하고, 이를 슈퍼컴퓨터로 풀어서 미래 기상상태를 계산하는 수치예보라는 첨단기법을 활용한다. 수치모형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것이 초기 조건이며, 이는 3차원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치예보의 정확도는 관측 자료의 질과 다양성에 크게 의존한다.

3차원 입체 관측을 위한 전통적인 기법은 풍선에 기상관측센서를 단 라디오존데를 띄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상에서 고층까지의 대기 상태를 관측하는데 우리나라는 7개 정기 관측소에서 하루 두 번 이상 실시한다. 도플러레이더는 빗방울이나 얼음 알갱이의 크기나 강도를 산출하며 비구름 속 기류의 특성과 변화도 분석한다. 기상위성은 지구 대기가 방출하는 복사를 감지하여 우리나라 주변의 기상 특성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지형이 복잡해 지역적 특성에 따른 관측이 필요하다. 또 집중호우 장마 태풍 폭설 등 다양한 기상현상을 제대로 관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 영역에 공백이 없는 3차원 연속 관측망을 구축해야 하며, 기존 관측체계에 대한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천리안위성에서 받는 자료는 예보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구름 내부를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플러레이더와 라디오존데 관측을 더 강화해야 한다. 레이더는 비구름의 강도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관측시스템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각 레이더의 사양이 통일되지 않아 합성자료에 오차가 있고, 레이더가 설치된 고도 아래의 기상상태는 파악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차세대 레이더의 사양을 최첨단으로 일원화하고 바람프로파일러와 보조레이더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기상시스템이 대부분 바다를 거쳐 오는데 주변 해상에서의 3차원 기상관측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해상종합관측기지는 서해 도서 1곳에만 있고, 해상관측선은 500t급 1대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배로는 악천후 때 출항하기조차 힘들다. 해상관측기지를 더 설치해야 하며, 적어도 2000t급 이상의 관측선이 몇 대 더 필요하다. 태풍이 먼바다에 있을 때 현장관측을 실시할 필요도 있다. 대만의 경우 태풍이 접근할 경우 항공기로 태풍 속에 들어가 드롭존데를 떨어뜨려 태풍 내부의 기상상태를 관측하여 예보에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현장관측과 다양한 연구를 위한 다목적 기상항공기의 도입이 시급하다.

앞으로의 관측망은 기상뿐만 아니라 도시 교통 수문 산악 해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끔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나 군, 정부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관측시스템들은 자료 표준화 작업을 거쳐 재해와 환경 요소들의 감시 및 예보에 효율적으로 공동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박선기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국지재해기상예측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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