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장 난 경보시스템, 또 다른 ‘우면산 비극’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이틀 동안 쏟아진 46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근본 원인이란 점에서 천재(天災)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고 적극적인 재난경보 및 대응 시스템을 가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와 관재(官災)의 측면도 있다. 피해 원인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피해 배상과 재발 방지대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종합적으로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산림청은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에 서울 서초구에 우면산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를 네 차례나 보냈다고 밝혔다. 수신자는 서초구가 산림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놓은 공원녹지과 직원 4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퇴직자, 휴직자, 다른 과 전출자였다. 서초구는 무려 5년 동안이나 문자메시지 수신자 명단을 현직 담당자들로 바꿔 놓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고 메시지는 대응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고, 서초구는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 서초구는 산림청의 경고 문자메시지를 묵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발뺌했다.

서초구는 산사태가 난 뒤에야 산림청의 문자메시지 수신자를 현재의 공원녹지과 직원 5명으로 변경했다. 5년 동안 문자메시지 수신자 명단을 바꾸지 않고 점검도 하지 않았을 정도이니 서초구의 직무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 알 만하다.

산림청도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하기 어렵다. 현행 제도는 강우량이 일정 기준에 이르면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를 시군구 담당 직원들에게 메시지로 알리도록 돼 있다. 메시지만 보내면 그뿐이고 수신 확인 절차도, 시군구의 조치를 감독하는 기능도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기회에 재난경보 및 대응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해 또 다른 ‘우면산 비극’의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뿌리가 깊지 않아 강풍이나 호우에 뽑히기 쉬운 잣나무가 이번 산사태를 키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잣나무가 많았던 경기 포천 지역의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것도 그 때문이다. 우면산에도 잣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과거에 잣나무 같은 유실수 심기를 장려했으나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 경제적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산사태에 약한 잣나무를 대체하는 수종 개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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