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클린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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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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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때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상점에 가면 같은 품목이라도 여러 상품이 진열대에 올라 있다. 그 가운데 내게 안성맞춤인 물건이 어떤 것인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주변에 관련 전문가가 있으면 의견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는 구매자들에게 정보의 보물창고가 된다. 업체 광고는 과장을 의심할 수 있으나 같은 소비자 눈높이에서 써본 사람의 사용 후기(後記)는 왠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터넷 카페는 상품에 대한 ‘객관적’ 비평에 더해 공동 구매도 주선하고 있다. 여러 명이 힘을 합치니까 가격이 내려가고 택배비도 저렴해진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자칭 ‘클린카페’ 상당수가 실제로는 깨끗하지 않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제품을 사용할 품질평가단을 모집해 주는 대가로 업체에 돈을 요구했다. 구린 돈이다 보니 영수증은 없다. 카페 운영자는 동호회의 힘으로 뭉친 수십만 회원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한 셈이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많은 구독자를 가진 파워블로거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인터넷 공간에서 영리행위를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130만 명을 ‘팔로어’로 가진 한 블로거는 살균 세척기 한 대에 7만 원의 사례비를 받고 과장 홍보에 나섰으나 해당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을 ‘온라인 권력자’로 키워준 사람들을 속인 대가로 그는 앞으로 이 바닥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어떤 블로거는 비판적인 글을 안 쓰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비리에 물든 사이비 기자들의 수법을 배운 모양이다.

▷19세기를 살았던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턴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21세기 정보통신시대에 인터넷 블로거들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新)권력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모든 사람을 잠시,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지만 만인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번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인은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경구(警句)다. 정보의 바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는 인터넷 전문가들도 명심해야 할 말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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