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여성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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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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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관계에서 다른 나라가 자국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유무형의 힘이 바로 외교 또는 외교력이다. 열강의 서세동점(西勢東漸)기에는 강력한 군사력을 이용한 포함외교(砲艦外交)가 확실한 국익 확보 방안이었다. 이후에도 무력을 사용할 듯한 위협을 가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는 강압외교의 전통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설득과 타협을 통한 외교의 영역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소프트 파워 역시 국가의 매력을 키워 국제적 지도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미국의 외교수장이 여성의 몫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첫 여성 국무장관(1997∼2001년)에 올랐다. 4년 공백이 있었지만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2009년까지)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등극하면서 7년째 여인천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1년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가 첫 여성 외상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도 미셸 알리오마리가 지난해 외교부 금녀의 벽을 깼다. 현직 여성 외교장관을 둔 나라가 20여 개국이나 된다.

▷34세에 파키스탄의 첫 여성 외교장관에 오른 히나 라바니 카르의 인도 방문이 화제다. 두 나라는 1947년 파키스탄의 독립 이후 두 차례 전면전을 치렀으며 현재도 국경에서 총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두 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에 이어 나란히 6, 7번째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인도가 ‘젊고 예쁘고 맵시 좋은’ 카르 장관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08년 11월 뭄바이 테러 이후 중단됐던 평화회담 재개 합의 소식도 들린다.

▷김달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교의 본질에 대해 “남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적대적인 12억 인도인의 마음을 산 카르 장관은 ‘나름의 방식으로’ 선배 남자 장관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외교장관의 장점으로 “제로섬 식으로 승리를 독점하려는 경직성보다는 양쪽이 타협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찾는 데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점”을 꼽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여권이 신장했지만 첫 여성 외교장관감이 누구라는 하마평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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