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외교 무례, 국방교류 진정성 의심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베이징에서 어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중국의 오만과 한국 경시(輕視)를 확인한 씁쓸한 만남이었다.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은 하루 전 천빙더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김관진 국방장관 앞에서 저지른 외교 결례를 사과하지 않았다. 김 장관과 량 부장은 각각 합참의장과 총참모장이던 2007년 처음 만나 이번까지 5차례 회동했다. 중국이 진심으로 한국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과 같은 외교적 무례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 총참모장은 김 장관 앞에서 양국 현안과 관련이 없는 미국을 향해 15분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패권주의에 맞는 행동이나 표현이 있는데 미국이 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심지어 “한국도 많은 말을 미국에 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알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마치 한국은 미국에 할 말을 못하지만 중국은 당당히 할 말을 한다는 과시성 발언으로도 들린다. 우리가 중국에 하고 싶은 말은 제발 북한에 할 말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경제 분야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있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못마땅할지 모르겠다.

중국이 미국에 불만을 표시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도 김 장관과의 회담을 굳이 미국 비난 기회로 이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김 장관의 방중 직전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을 비난하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다. 한국에 미국과 거리를 두라고 종용하는 뜻 같다.

한중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국방전략대화를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물을 내놓기는 했다. 전략대화는 한국에서 국방부 차관이, 중국은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고위급 협의체다. 양국은 1999년 국방장관 회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한중의 군사 분야 합의는 약속대로 실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중은 2007년 군사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이 움직이지 않아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과 량 부장이 핫라인 개설에 합의한 당사자지만 이번에도 매듭을 짓지 못했다. 중국은 공동보도문 발표로 할일을 다한 것처럼 생색내지 말고 먼저 한국을 존중하는 자세부터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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