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홍식]‘착한 소비’ 그린카드 한 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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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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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 서울대 법대 교수
조홍식 서울대 법대 교수
브라질 쿠리치바는 ‘꿈의 생태도시’라고 불린다. 2009년 타임지는 쿠리치바를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선정했고, 로마클럽은 ‘희망의 도시’라고 명명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대표적인 빈민촌이었던 쿠리치바를 바꾼 것은 빈민촌을 덮고 있던 쓰레기를 음식 쿠폰이나 버스 토큰으로 교환해주는 ‘녹색교환(green exchange)’ 정책이었다. 빈민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모아 음식 쿠폰이나 버스 토큰으로 바꿔갔고, 이것이 시내 상점에서 화폐로 통용되면서 빈민들의 구매력도 높아졌다. 소량의 촉매가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듯이 녹색교환 정책으로 인해 사회 통합이 일어나고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해 쿠리치바는 오늘날 도시 국내총생산(GDP) 170억 달러, 쓰레기 재활용률 70%, 대중교통 이용률 80%에 이르는 생태도시가 되었다.

환경부가 조만간 녹색생활과 신용카드의 포인트제를 결합한 ‘그린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린카드는 전기와 수도, 가스 사용량을 줄이거나 녹색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정부와 기업 등에서 그린포인트를 지급하고, 소비자는 이를 사용해 쇼핑을 하고 공공시설을 이용하며 나아가 환경복지를 위한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의 카드시장을 살펴보면 수천 종의 영리 목적 신용카드들이 고객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인센티브가 연계된 ‘착한 카드’의 등장이 반갑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린카드가 상품으로서 카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만 녹색생활도 실천하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카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정부는 차제에 기업들이 그린카드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행정적 인프라를 정비하여야 한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녹색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켜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품목을 다양화하며 녹색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 수를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이다. 이들이 환경의식을 갖고 그린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때 기업은 그린 비즈니스를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이윤 창출의 기회로 생각할 것이고 정부의 노력 또한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녹색생활을 실천하겠다는 응답은 조사 대상 국민의 90%에 달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하다. 녹색생활의 실천에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내하는 시민의 헌신(獻身)이 있을 때 사회 전체가 비로소 녹색생활을 진정 가치 있는 일로 여길 것이고, 바로 그때 세상이 변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그린카드가 수많은 종류의 카드 중 하나가 아닌 이유다.

조홍식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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