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孫 진정한 민생정치 위해 더 소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어제 회담은 성과가 없지 않았으나 민감한 이슈에서 여(與)와 야(野)로 갈린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은 2008년 9월 이후 33개월 만이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두 사람이 어쩌다 한 번 만나 얽히고설킨 민생 현안의 공통 해법을 도출해내리라고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였다.

두 사람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야 할 이 나라가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치(인기영합적 정치)의 격랑 속으로 빠져 드는 시점에 만났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포퓰리즘 경쟁에 함몰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손 대표는 당장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6조8000억 원의 국가 재정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30% 이상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등록금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여야, 대학을 비롯해 이해관계 집단이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복지는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여야가 표만 의식해 복지공약을 남발한다면 국가 재정은 멍들고 ‘공짜 심리’가 확산돼 사회 전반에서 건강한 근로정신과 책임의식이 약화될 소지가 크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2만 달러에 불과하다. 국가 재정 형편도 나빠지고 있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향상시키면서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생산적이고 선순환적인 복지가 돼야 한다.

손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양국 간 이익 균형이 미국 측에 기울어져 있다면서 재재협상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재협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이익 균형이 깨졌다고 주장하지만 자동차부품, 축산, 제약업계는 오히려 기대가 크다. 더구나 한미 FTA는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체결했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한 이 대통령도 변해야 한다. 임기를 20개월 정도 남긴 이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을 원만히 마무리 짓기는 불가능하다. 불통(不通)의 정치는 대립과 갈등을 키울 뿐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두 사람은 진정한 민생정치를 위해 더욱 성실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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