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허창수 회장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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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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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쿠라 히로마사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장은 올 2월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한 의회 해산론과 관련해 “지금 선거에 몰두해 이러쿵저러쿵할 때가 아니다. 여야가 협력해 제대로 일을 하라”고 비판했다. 세금으로 세비를 받으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봉급 도둑’이라고도 질타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비주류 의원 16명이 간 나오토 총리에 반기(反旗)를 든 데 대해서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할 때 여당의원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인이 기업 현안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현안에 견해를 밝히는 일이 드물지 않다. 미국 GE의 잭 웰치,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의 말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국민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낸 최종현 김우중 조석래 씨가 정부나 정치권을 비판했다가 홍역을 치른 한국과는 풍토가 다르다. 우리 기업인이 ‘요네쿠라 발언’ 수준의 비판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겨냥해 완곡하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반값 등록금 같은 정책들은 당장 듣기는 좋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법인세 감세 철회 움직임에 대해서도 “기업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허 회장이 평소 말수가 적고 나서기를 싫어하는 점을 감안하면 꽤 작심한 발언이다.

▷경제인이 국가와 국민의 앞날을 좌우할 정치사회적 현안에 침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을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재원 문제와 후유증을 경제적 합리성에 입각해 분명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에만 정신이 팔린 정치권에 나랏일을 모두 맡겨놓고 방관만 하다 보면 결국 기업과 경제에도 주름살이 커진다. 정부 재계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에서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넘쳐날 포퓰리즘의 폐해를 직시하고 소신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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