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개시권 일단락, 국민 위한 法治가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검찰과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놓고 집단행동까지 벌인 사태가 청와대의 중재를 통해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다. 검찰과 경찰은 어제 청와대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모두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도 어제 전체회의에서 검·경이 합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법제화는 엄격한 의미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찰이 형사 사건의 90% 이상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개시하는 현실을 법제화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는 명문 조항은 없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까지 기대한 일부 경찰관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수사개시권의 법제화는 경찰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국회 사개특위가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 경찰은 따라야 하며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앞으로 6개월 내에 국민 인권과 범죄 수사의 효율성, 수사 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계획이다. 어느 기관이 권한을 많이 갖느냐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다툼이 끊이지 않겠지만 범죄의 척결과 국민의 편익, 인권보호라는 큰 틀에서 판단하면 견해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인정에 대해 검찰은 수사개시권의 남용이나 악용 가능성이 크다며 내사 단계에서부터 경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행사해도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고 기소권까지 독점하고 있는 만큼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고 보긴 어렵다. 검찰과 경찰은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의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법치(法治)의 제도에 관한 문제를 밥그릇 싸움으로 만든 검찰과 경찰의 조직 이기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경찰은 수사개시권을 남용해 인권을 침해하거나 정치적 수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격한 내부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공정하게 행사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어 선진 경찰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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