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량 방위산업 전면 대수술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이후 K계열 국산 무기체계의 결함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K계열 국산 무기로는 K1 전차,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K11 복합 소총, K21 장갑차 등이 있다. 지난해 7월 K21 수륙양용 장갑차가 수상훈련을 하던 중 침몰해 교관이 숨졌다. 한 달 뒤에는 육군의 주력 전차인 K1이 사격훈련 중에 포신이 터지는 사고가 났다. ‘차세대 한국형 전차’라던 K2 흑표전차는 지난해 7월 시험평가 중에 갑자기 멈춰 섰고, 두 달 뒤 재평가에서는 엔진에서 연기가 솟아나왔다. 결국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에서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 K11 복합 소총은 지난해 6월 보급됐지만 조준경 결함으로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무기로 어떻게 적과 싸울 수 있겠는가. 국내 기술 개발이 아직 덜 됐으면 차라리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게 낫다.

K계열 무기들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대북(對北) 안보태세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군 장병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방위산업체의 구조적 비리 커넥션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더욱 개탄스럽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에 대해 언급한 것을 계기로 이 회사 제품인 K9 자주포도 관심을 끌고 있다. K9 자주포는 터키에 수출되면서 명품 무기로 통했다. 연평도 사태 때 K9 자주포 6문 가운데 3문이 불발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북한 땅에 떨어진 포탄을 경험한 북한군이 “위력이 세다”고 겁을 냈다는 정보도 있었다. 이 회장의 삼성테크윈 질타가 K9 자주포의 문제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는 2006년 방위력 개선사업의 투명성 효율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방위사업청을 설립했으나 국산무기의 결함은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감사원은 4월부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40여 명의 감사요원을 동원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방위산업을 내수(內需)에서 수출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큰소리칠 상황이 아니다. 방위산업 내실화를 국방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일부 군납업체들이 병사들이 매일 먹는 식품 원료까지 불량품을 공급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식량이 부족해 하루 세 끼 때우기도 어려웠던 1950, 60년대도 아니고 21세기 한국에서 불량식품 군납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잘 먹여야 잘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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