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병선]‘프랑스 한류의 진원지’ 한국문화원의 열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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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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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문화부 기자
민병선 문화부 기자
프랑스 파리의 한류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거리에서 한국 대중가요인 케이팝(K-pop) 한 소절쯤 흥얼거릴 줄 아는 젊은이를 만나기가 어렵지 않았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교사 카롤린 물레 씨는 “한국 영화에 중독돼 내년 한국의 외국인 학교에 교사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에 사는 교포 조용희 씨는 “고교생 딸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열광해 ‘대학생이 되면 한국으로 바캉스를 가는 것이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전했다.

2일(현지 시간)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프랑스의 한국문화 팬클럽 코리안커넥션 멤버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막심 파케 회장을 비롯해 주축 멤버들은 모두 한국문화원에서 한글 강의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류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다 한국 드라마, 가요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이제는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하지만 ‘한류의 못자리’인 문화원의 시설은 열악했다. 아파트 반지하와 지하 1층을 합쳐 2개 층을 사용하는 문화원은 밖에서 보면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화원에서 인턴직원으로 근무했던 김한결 씨(파리1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과정)는 “지하인 탓에 휴대전화가 불통이고, 아파트 배관이 터져 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준호 문화원장은 “이런 환경에서 한류가 꽃핀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일본이나 중국문화원과 비교하면 한국문화원의 초라함은 더 두드러졌다. 한국문화원이 총면적 809m², 직원 9명인 데 비해 일본문화원은 7500m²의 지하 5층, 지상 5층짜리 빌딩에 5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중국문화원도 일본과 비슷한 7000m² 규모의 최신식 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문화원도 새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 정 장관도 이번 방문길에 후보지 두 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서 일본 오사카(大阪) 한국문화원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 내 중국문화원의 경우 1980년 문을 연 한국문화원에 비해 22년이나 늦은 2002년 파리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원 직후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았고 오늘날 리옹, 툴루즈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15곳이 넘는 시설이 ‘공자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문화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뜨겁게 번져가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한층 높은 문화적 전문성과 열정,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파리에서

민병선 문화부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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