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검 중수부 없애려면 정치비리 수사 代案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검찰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소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 기능 폐지 합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어제 대검 긴급간부회의를 마치고 나서 “작은 부패는 처벌하고 커다란 부패는 지나쳐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만 바라보고 본연의 임무인 부패 수사에 전념하겠다”고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중수부의 수사권 남용을 막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수부가 권력을 의식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무죄 판결이 난 사건이 적지 않다. 대검 중수부가 2004∼2008년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10.6%로 검찰의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 0.31%보다 크게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중수부는 대통령 자녀와 친인척 및 거물 정치인이 포함된 권력형 비리와 재벌 비리 등 거악(巨惡) 수사에 기여했다.

국회 특위는 중수부가 폐지돼도 일선 지검 특수부를 강화해 거악을 수사하면 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검 특수부는 인력 수사력 정보력 등에서 중수부와 비교가 안 될뿐더러 정치적 독립성에서도 대검보다 약하다. 특위는 중수부 수사기능을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대안(代案)을 제시하지 않았다.

특위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에 상설 특별검사제와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더라도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를 제외하면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특별수사청을 만든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수부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한나라당에 전하기로 했다. 다만 “시일을 두고 검토해볼 수는 있는 의견”이라고 토를 달았다.

여야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과거 정권과 현 정권의 실세나 측근들의 이름이 본격 거명되기 시작하자 중수부 폐지 합의를 발표해 자신들을 겨냥한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했다. 중수부 폐지가 정치인 비리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중수부보다 정치인 비리 수사를 더 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검찰도 저축은행 수사를 제대로 함으로써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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