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쿵푸 팬더 2’ 사태로 본 중국의 경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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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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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코믹 액션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 팬더 2’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흥행 수입이 3일 만에 3억 위안(약 51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편에선 일부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관람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국보로 여겨지는 판다와 쿵후를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반발하는 이유다. 할리우드의 문화침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얼마 전 중국에 와서 한중 합작 영화를 만들려던 한국의 젊은 감독은 시나리오가 통과되지 않아 배우 선정까지 마치고도 영화 제작을 접어야 했다. 돈이 없어 네이멍구(內蒙古)의 고향에 가지 못한 한 남자가 베이징의 시내버스를 탈취해 귀향하는 동안 버스 내에서 벌어지는 승객들 간의 드라마가 주 내용이다. 중국 당국은 “누가 감히 베이징의 시내버스를 탈취하느냐. 그런 설정이 말이 안 된다”며 시나리오를 불허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미 연방은행 지하 금고의 금괴가 도난당하고 뉴욕 지하철이 탈취되며 심지어 백악관 지하의 상황실까지 러시아 스파이에게 뚫린다.

중국 영화에 대한 당국과 일부 지식인의 자체 검열에서 창의성이 억압당하는 경직된 현실을 보게 된다. 중국이 지난해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세계적인 자국 브랜드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산업화의 역사가 짧은 것 외에 창의성을 억누르는 풍토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몇 가지 대답이 나온다. 젊은 층은 딱딱하고 뭔가 주입하려고 하는 중국 드라마와는 달리 한국 드라마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은 여성 연기자들이 수술을 해서 어떻게 예뻐졌는지, 무슨 옷을 어떻게 입는지도 관심이라고 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쿵푸 팬더 2’에 쏠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중국이 창의성에 채운 족쇄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관람 거부 운동을 벌이는 예술인들에겐 “당신들은 이런 영화나마 만들 수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쿵푸 팬더 2’ 소동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중국인들이 풍부한 과거의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엄청난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면 어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영화 한 편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단계지만 중국이 ‘창의성’으로 무장한 채 다시 깨어날 때 무엇으로 한류의 경쟁력을 이어갈지 하는 걱정이 벌써 든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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