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뭘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공직자 비리, 친인척 비리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해 왔다.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12번째에 올라 있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의 화두로 제시하면서 5대 추진과제의 첫머리에 꼽은 것도 공정한 법·제도 운영과 부정부패 근절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다짐이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음을 지금 국민은 목격하고 있다. 공정사회는 고사하고 역대 정권부터 이어지는 ‘부패공화국’의 오명(汚名)을 더 지우기 어렵도록 덧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 자고 깨면 또 다른 ‘더러운 손’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정선태 법제처장이 부산저축은행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같은 브로커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를 약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은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구명 청탁을 받은 데 대해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형식은 민간이지만 국가가 부여한 권능으로 보면 분명 공(公)이다.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금융위원회 서비스국장 시절의 수뢰 혐의로 소환됐다. 저축은행 문제 하나만으로도 비리 혐의 연루자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이어져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을 비호해온 정치인들의 언행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도덕적 결함이 적지 않은 사람들을 발탁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정부는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했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단호하게 행동에 나선 적이 없다. 명절만 되면 청와대 총리실 감사원이 공직기강을 바로잡는다며 공무원들에게 큰소리쳤지만 비리는 오히려 발밑에서 벌어졌다. 청와대 경호처 간부는 경호장비 업체에서, 군 장성은 방위산업체에서, 경찰청장은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공무원은 5000원을 넘는 점심을 먹지 말라”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그를 비웃었을 게 분명하다. 김영란 현 국민권익위원장은 ‘공무원이 3만 원 이상의 난(蘭)을 받으면 징계한다’고 했지만, 이 또한 현실을 모르는 소리였다.

모든 공무원이 청렴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감독기관 공무원들은 부패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각종 감독기관은 부패 의혹으로 얼룩져 있는 상태다. ‘청지기’마저 무너졌다면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에게 더는 희망을 걸 수 없다.

현 정부가 오명을 벗어날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축은행 비리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고 모든 관련자를 법에 따라 엄단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부패의 뿌리를 뽑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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