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IT의 힘을 보며 한국의 대학을 걱정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올해 개교 150주년을 맞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KAIST가 역할모델로 삼는 대학이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MIT의 동문들은 2만5800개의 회사를 창업해 300만 명을 고용하고 연간 2000조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경제규모(국내총생산) 세계 11위인 러시아와 맞먹는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확고한 세계 1위다.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랭킹 10위 안에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공동 6위) 임피리얼칼리지 런던(9위) 등 영국 대학 3개를 제외한 7개 대학이 모두 미국에 있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중요한 이유가 대학들의 뛰어난 연구능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대학들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에서 뛰어난 수재들을 받아들여 전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의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고 학습한다.

미국 대학은 원자력, 레이더, 레이저, 컴퓨터, 나노 등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컴퓨터 인터넷 등 신기술이 하버드대, MIT,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의 대학연구실과 이와 연계한 실리콘밸리 등 산업단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은 교육과 연구역량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창출된다.

1971년부터 10년간 MIT대 총장을 지낸 제롬 와이즈너는 “MIT에서 공부하는 것은 소방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공부를 시킨다는 의미다. MIT 학생들은 도서관, 빈 강의실, 기숙사 등에 처박혀 공부하느라 캠퍼스에서는 정작 학생들을 구경하기 어렵다. 반면 평준화된 프랑스 대학들은 방학이면 교문이 닫히고 저녁이 되면 도서관 불이 꺼진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만들어 낸 근본원인이다.

우리 대학들은 SCI 등재 논문 수가 세계 12, 13위를 기록했고 영어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 연구역량 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는데 많은 대학이 총장직선제로 포퓰리즘의 포로가 돼 있다. 신입생 정원을 늘리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들은 잘 가르치기보다 건물 짓기 경쟁에 열심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생들은 깊이 있는 전공 공부보다 ‘스펙’ 갖추느라 허덕인다. 미국의 1개 대학이 창출하는 엄청난 지적 자산과 국부(國富)를 보며 우리 대학들의 미래, 그리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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