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美中관계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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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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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중-미 간 전략 및 경제대화(SED)는 양국 관계의 ‘온도계’ 역할을 했다. SED에서 어떤 정책 기조가 나타나느냐가 두 나라 사이의 거리를 재는 주요 지표다. 그런 의미에서 9,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3차 SED는 양국 관계가 냉각 기조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먼저 올해 SED 개막식 참석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닌 조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이는 과거 두 차례 대화에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대화 참석자를 면담한 것과 다르다.

올해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강도도 예사롭지 않다. 바이든 부통령은 10일 개막식에서 “양국은 인권 문제에 매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일부 중국인은 미국의 중국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주권 침해’로까지 생각한다. 나와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중국이 국제 의무와 자국의 헌법에 명시한 기본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국의 장기적 안정과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중국은 이미 인권 영역 등 많은 분야에서 진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는 “많은 미국인이 자신들만이 옳다는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올해 SED 기간에 발행된 ‘월간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장관은 중동지역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의 행동은 역사를 멈추게 하려는 것으로 헛수고(fool’s errand)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중동의 혼란을 중국으로 확산시키려거나 중국인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의 길을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더욱 강경하고 공개적이며 조금의 유보도 없이 가차 없는 압력을 가하는 것은 왜일까. 상당 정도는 일부 지역 현안에서 중국이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데 따른 불만과 무력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북한 핵문제에서 미국은 중국이 평양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중국은 따라주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도 미국은 중국이 지지와 협력을 보내주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이 같은 지역 현안에서 중국을 설득시키지 못하자 중국의 비협조를 원망하고 결국은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정부의 대중 태도가 냉각 기류로 바뀌고 있음이 분명하다. 4월 힐러리 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에 들르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돌아간 것도 한 예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후 양국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한 것과도 큰 차이가 있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부통령은 개막식에서 중국의 속담인 ‘어려움은 함께 나눠지고, 행복은 함께 누린다(有難同當 有福同享)’는 말로 중-미 관계의 방향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금 양국 관계가 보다 더 냉각되지 않도록 양국이 국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국 관계는 분명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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