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녕]집권여당 대표가 5개월마다 바뀌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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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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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이진녕 논설위원
민주당의 전신이자 노무현 정부 때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3년 9개월 존속하다 사라졌다. 이 기간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유재건-정동영-김근태-정세균 순으로 모두 10명의 당의장(대표)이 거쳐 갔다.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임시 당의장을 맡은 사람들을 포함해서다. 이것 하나만 봐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얼마나 삐걱대고 불안정했는지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재섭-박희태-정몽준-안상수 순으로 4명이 대표직을 맡았다. 작년에 40일간 당을 이끈 김무성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번에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까지 포함한다면 6번째 대표다. 열린우리당과 지금의 한나라당을 통틀어 집권여당의 대표가 평균 5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된 셈이다. 정권을 지탱하는 여당의 지도부 체제가 이렇게 물갈이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열린우리당을 장악하지 못했고,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는 퇴임 후 한 인터넷 언론과의 회견에서 “(당을 장악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정(黨政) 분리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 제의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터이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원칙으로 여겨지던 당정 분리가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불안정을 키운 셈이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와 정반대의 주장이 나오는데도 한나라당이 요동을 치고 있으니 희한한 일이다. 한나라당에서 쇄신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단골로 제기되는 주장이 ‘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장악하지 못해도 탈이 생기고, 장악해도 문제가 된다면 도대체 무엇이 정답이란 말인가.

우리는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형태의 권력구조를 갖고 있어 정부와 집권여당의 관계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적극 돕기도 해야겠지만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정부를 견제하는 상반된 역할도 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여당 대표이니 자신의 실책으로 발을 헛디디거나 크고 작은 선거에서의 패배 등 외풍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 후반기가 되면 집권여당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 절박한 여당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실질적으로 성공을 거둔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 봐야 국민은 정부와 집권여당을 사실상 한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국정이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를 주체적으로 돕는 것이다. 차별화도 좋고, 견제도 좋지만 그것이 국정의 성공을 견인하지 못한다면 자충수가 될 뿐이다. 국정의 실패는 집권여당에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국가의 손실과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당이 여당을 맡든 국정의 성공이 곧 정권 재창출을 위한 최고의 선거운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집권여당 대표가 5개월마다 교체되는 악순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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