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야 게임제한 무력화하려는 엔씨소프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회원가입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e메일만 넣으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게임 제공을 금지하는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하기에 앞서 회원가입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넣는 항목을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청소년 보호에 신경 쓰지 않고 이윤 추구에만 정신이 팔린 태도는 탐욕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e메일 주소만으로는 게임 이용자 가운데 16세 미만을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 엔씨소프트의 회원가입 간소화는 청소년에게 밤샘 게임의 통로를 열어준 행위나 다름없다. 정보통신 강국인 한국에서 게임이 중요한 성장산업이긴 하지만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을 잠식할 권리는 없다.

음주 흡연 음란물 원조교제처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에 해악을 미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마땅하다. 셧다운제는 게임업체의 주장처럼 문화향유권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야간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만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연령 제한을 만 19세 미만으로 높이자는 견해가 국회와 사회 일각에서 대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에서 번 돈을 건전한 오락문화에 쓰고 싶다며 아홉 번째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일본법인은 지진피해 복구에 5억 엔(약 70억 원)을 기부했다. 게임업체가 야구단을 갖고 일본에 통 큰 기부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게임중독 예방과 중독자 치료에도 더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은 게임업체가 벌어놓고 게임중독 치료는 정부나 사회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8%에 이르는데 정부 예산은 54억 원에 불과하다.

자녀가 게임중독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부모의 마음까지 병이 들 정도로 폐해가 심각하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서 위상에 부응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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